백세계단 마안산, 삼천갑자 동방삭의 장수 전설을 품다

백세계단 백세까지 건강하게 마안산(馬鞍山)의 계단이름

날씨가 무척 덥던 날, 충열사를 기점으로 망월산을 올라 인생문을 통과하였습니다. 부산 3·1 독립운동기념탑이 있는 운동시설 공원을 거쳐 일명 대포산인 마안산 정상을 밟고, 백세계단을 지나 장영실 공원을 거쳐 복천박물관 앞을 지나 학산여중고 뒤편으로 올라가 다시 충열사 앞으로 원점 회귀하는 산책을 하였습니다.

네이버 지도로 찍어보니 마안산 길 걷기 거리는 대략 4km 정도입니다. 다음에는 트랭글을 켜서 실측 거리를 재볼 생각입니다. 사실 마안산은 해발 419m로, 등산을 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산책길로는 다소 힘들지만 ‘길 걷기’ 정도로 보면 적당한 코스입니다.

아래 사진은 부산광역시 동래구 마안산 공원 내에 있는 백세계단입니다. 이 나무 계단을 밟고 통과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세계단
백세계단 마안산, 삼천갑자 동방삭의 장수 전설을 품다
백세계단

마안산(일명 대포산)의 백세계단을 통과할 때는 항상 즐겁습니다. 누군가가 “당신 참 잘생겼습니다” 또는 “당신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칭찬하면, 말장난일지라도 기분이 좋은 것과 비슷합니다. 이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정말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거나 따질 이유가 있겠습니까?

오늘 걸은 거리는 약 4km 정도입니다. 그중에는 약 50m 정도의 경사로도 있고 울퉁불퉁한 산길도 섞여 있습니다. 도심에서 이만한 산책로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산 동래 사람들은 이 좋은 마안산·동래성 산책로와 온천천길이라는 기막힌 냇가 산책로,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안산 산책로를 더 좋아해서 자주 이용합니다. 숲이 있고, 역사가 있으며,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삼천갑자 동박삭, 장수의 전설

백세계단의 이름처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장수를 꿈꿔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입니다. (흔히 ‘동박삭’이라고도 부릅니다.)

동방삭은 중국 한나라 때의 실존 인물로, 해학과 말재주가 뛰어나 한무제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설 속에서는 훨씬 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서왕모가 심은 불로장생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어 무려 삼천갑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1갑자는 60년이니 60×3000=18만 년입니다.)

저승사자들도 그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승에서는 꾀를 냈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냇가에서 숯을 씻는 시늉을 하게 한 것입니다. 호기심 많은 동방삭이 다가와 “왜 숯을 씻느냐?”고 물었고, 저승사자가 “숯을 씻으면 하얗게 된다”고 대답하자 동방삭이 무심코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순간 정체가 들통나 저승으로 끌려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전설이 깃든 곳이 바로 경기도의 탄천(炭川, 숯내)입니다.

백세계단을 오를 때마다 이 전설이 떠오릅니다. 18만 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처럼, 이 계단을 성실히 오르내리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전설이든 믿음이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마안산의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백세 건강을 기원해 봅니다. 도심 속에서 숲과 역사, 그리고 장수의 바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길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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