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의 글귀와 법계사의 쇠말뚝
지리산 등산로 중산리 코스로 오르면 로타리 휴게소를 지나 곧 만나는 법계사 입구에 전시한 쇠말뚝을 자세히 보는 분은 별로 없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정기가 솟아나는 성지로 여겨져 왔으며, 정상석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는 글귀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한 줄의 글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이 땅의 얼과 기운을 지키고자 하는 민족의 염원이 담긴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천왕봉을 향해 법계사 쪽으로 오르다 보면, 경내 첫 요사채 앞에 포탄처럼 뭉툭하고 묵직한 포탄처럼 생긴 구리 쇠덩어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지나치기 쉽지만, 이것이 지닌 의미를 아는 이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물건입니다.
옥녀봉에서 파내어진 지리산-쇠말뚝-혈침의 실체
이 쇠말뚝은 일제가 우리 땅의 정기를 꺾고 영구적인 지배를 꾀하기 위해 산과 명소에 몰래 박아둔 이른바 ‘혈침’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천왕봉 아래 옥녀봉 부근 해발 1,520여 미터 지점에 박혀 있던 것을 2005년 6월 25일, 민족정기선양위원회 회원과 초·중·고교생 30여 명이 삽과 괭이로 직접 파내어 법계사에 옮긴 것입니다. 길이 120센티미터, 지름 12센티미터, 무게 약 70킬로그램이며, 같은 해 그보다 높은 고도 80여 미터 위에서 먼저 뽑은 80킬로그램짜리 쇠말뚝과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일제가 언제 이 말뚝을 박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하나는 일제강점기 때,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일본 신도들의 사주에 의해 박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즉, 강점기뿐 아니라 광복 이후까지도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전해지는 야마시타의 고백
이러한 사실은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일제 남방군 최고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가 필리핀에서 전범으로 처형되기 전, 조선인 통역관 신세우 씨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내가 장교 시절 조선 땅 곳곳 365곳에 혈침을 박았다”는 그의 고백은, 이 쇠말뚝이 결코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 땅의 기운을 눌러 앉히려 한 음흉한 계획의 일부였음을 말해줍니다.
지리산-쇠말뚝-혈침 사재를 털어 뽑는 이들
민족정기선양위원회 소속 소윤화 위원장은 1997년부터 사재를 털어가며 전국에 박힌 혈침을 찾아 제거해 왔습니다. 한 개를 뽑는 데 적게는 1천만 원, 많게는 5천만 원이 들리기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지고 궁핍한 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오늘날까지 모두 89기의 혈침을 뽑아냈습니다.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족의 얼을 지키고자 한 그의 노력은,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결코 꺾이지 않을 민족의 기상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되는 한국인의 기운을 단단한 쇠말뚝 하나로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제가 전국 곳곳에 이처럼 음습한 마음으로 쇠말뚝을 박았던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말살하려 하였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러서도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영토를 침탈하려는 주장을 멈추지 않으며, 미래 세대에게까지 거짓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법계사에 놓인 저 쇠말뚝을 볼 때, 단순한 쇠덩어리가 아니라 일제가 감추고 싶었던 만행의 증표로 기억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산과 강, 그리고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민족의 기상이 결코 쇠말뚝 따위로 꺾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역사를 바로 알고 후손에게 올바른 정신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꿈꾸었던 영구 지배의 꿈을 완전히 꺾는 길이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등산인의 눈으로 법계사를 탐방하며 직접 보고 기록한 내용과 민족정기선양위원회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더욱 밝혀질 여지가 있으나,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고 민족의 소중한 정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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